배론성지를 찾아서 ④

– 은총의 성모마리아 기도학교, 결핍의 건축이 전하는 피정 이야기

안녕하세요, 티파니입니다. 배론성지의 역사와 황사영 백서 토굴,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발자취를 따라온 순례길에서, 오늘은 제천 배론성지 은총의 성모마리아 기도학교 앞에 걸음을 멈추어 봅니다.

주차장에서 성지로 걸어가다 마주하는 현대적인 건물은 주변 풍경 속에 차분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단정한 외벽 앞에 가을빛이 내려앉고, 나무들은 계절이 바뀌는 소식을 조용히 전합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분주함이 조금씩 가라앉습니다.

가을 나무와 정원 너머로 보이는 배론성지 은총의 성모마리아 기도학교 전경
가을빛을 머금은 은총의 성모마리아 기도학교. 단정한 벽돌 외벽과 정원을 바라보며 잠시 마음의 속도를 늦춥니다.

저는 아직 이곳에서 숙박하며 피정을 체험하지는 못했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외관을 바라보며 느낀 마음에, 공식 소개와 시설 안내를 통해 살펴본 공간의 의미를 더한 기록입니다. 언젠가 이곳에 머물며 제 삶의 소음을 잠시 내려놓고 싶은 바람도 함께 나누려 합니다.

무엇인가를 더 해야 한다는 생각에 하루를 가득 채우다 보면, 정작 주님 앞에 조용히 앉을 자리는 남겨 두지 못하곤 합니다. 이 건물 앞에서 저는 잠시 쉬어 가도 괜찮다는, 말 없는 초대를 받는 듯했습니다.

배론성지 ① — 역사와 현대 성전 건축 이야기
배론성지 ② — 황사영 백서 토굴
배론성지 ③ — 땀의 순교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

기도의 땅 배론에 세워진 은총의 성모마리아 기도학교

충북 제천시 봉양읍 배론성지 경내에 자리한 기도학교는 원주교구 설정 50주년을 맞아 기획되었습니다. 2018년 공사를 시작해 2020년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에 봉헌되었으며, 공식 소개는 연면적 약 6,900㎡,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안내합니다. [1]

기도학교가 지향하는 것은 기도를 잘하는 사람만을 위한 특별한 장소가 아닙니다. 성모님의 모범을 따라 기도를 배우고 실천하며, 자신에게 맞는 기도의 길을 찾아가도록 돕는 공간입니다.

황사영이 백서를 남긴 토굴, 성요셉 신학당의 배움터, 최양업 신부님의 묘소가 있는 배론에서 기도학교를 바라봅니다. 과거의 믿음을 기억하는 순례가 오늘의 기도로 이어지는 자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선조들에게 기도는 하루를 견디게 하는 힘이었을 것입니다. 오늘의 저는 무엇을 기도하며 살아가고 있을까요. 바라는 것을 아뢰는 말뿐 아니라, 이미 주어진 은총을 알아보는 마음도 기도임을 이곳에서 다시 배우고 싶습니다.

결핍의 건축, 비워 둔 자리가 전하는 고요함

기도학교의 건축은 중정을 중심으로 공간들이 마주 보며, 안과 밖을 구분해 기도에 집중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봉헌 당시 소개 기사에서도 자연 속에서 순례와 기도를 이어 갈 수 있다는 점을 이 공간의 특징으로 설명합니다. [2]

외관에서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과장된 장식보다 차분한 벽돌의 색과 반복되는 창의 선입니다. 주변의 나무와 정원이 그 사이를 채우고 있습니다. 저는 이 담담한 모습에서 ‘결핍’이라는 말을 비움의 의미로 떠올려 봅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는 결핍은 불편함을 참아 내라는 뜻이 아닙니다. 늘 더 많이 갖고 더 잘해야 한다는 마음에서 한 걸음 물러나, 꼭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잠시 덜어 내는 일에 가깝습니다. 비워 둔 자리가 있어야 빛도 들어오고, 다른 이의 목소리도 들릴 테니까요.

기도를 드리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내일의 할 일과 아직 오지 않은 걱정을 헤아릴 때가 많습니다. 언젠가 이곳에 머물게 된다면, 저는 새로운 결심을 잔뜩 채워 돌아오기보다 마음의 짐 하나를 조용히 내려놓고 싶습니다.

자료로 미리 만나는 기도학교의 공간들

아직 내부에서 피정을 해 보지 못한 저는 공식 시설 안내를 읽으며 언젠가의 하루를 그려 봅니다. 기도학교에는 전례와 묵상을 위한 공간, 배움을 나누는 강당, 식당과 숙소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3]

  • 성가정 성당 —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기도하는 공간입니다. 언젠가 이곳에 앉는다면 무엇부터 말씀드릴지, 오히려 아무 말 없이 머물고 싶어질지 생각해 봅니다.
  • 베들레헴 성체조배실 — 조용히 주님 앞에 머무는 시간을 기대하게 하는 자리입니다. 바쁘게 답을 구하기보다 마음을 열고 기다리는 기도를 배우고 싶습니다.
  • 강당과 회합실 — 강의와 나눔을 위한 공간입니다. 혼자 침묵하는 시간만큼, 함께 기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도 소중하겠지요.
  • 중정과 정원, 숙소 — 걸음을 늦추고 쉬어 가는 시간까지 피정의 일부가 되기를 바라게 합니다. 실제 이용 가능한 구역과 시간은 예약한 피정의 안내를 따르시면 됩니다.

공간의 이름들을 하나씩 읽어 보는 것만으로도, 제게 필요한 쉼이 어떤 모습인지 조금 더 선명해집니다. 늘 무언가를 해내는 사람이기보다, 잠시 주님의 사랑을 받는 사람으로 머물고 싶습니다.

피정을 기다리는 티파니의 마음

배론성지를 찾을 때마다 묘소와 토굴을 둘러본 뒤 기도학교를 바라보며 발걸음을 돌리곤 했습니다. 언젠가는 그저 지나쳐 보는 방문을 넘어, 며칠 동안 제 시간을 이곳에 온전히 맡겨 보고 싶습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횟수를 줄이고, 급히 대답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를 보내고 싶습니다. 식사 시간을 기다리고, 천천히 걷고, 마음에 남은 말씀 한 구절을 오래 되뇌는 일. 그런 평범한 시간이 제 안에 잃어버린 고요를 되찾아 줄 것 같습니다.

공식 개인피정 안내는 개인피정자를 위한 별도의 진행 프로그램은 없으며, 성지순례와 성체조배, 기도와 묵상을 통해 자유롭게 머무는 방식이라고 설명합니다. 강의가 있는 기획피정을 원한다면 개인피정과 구분해 일정을 확인해야 합니다. [4]

기도를 배우러 간다고 생각하면 무언가를 잘해야 할 것 같지만, 저는 서툰 마음 그대로 주님 앞에 앉고 싶습니다. 말이 나오지 않는 날에는 침묵으로, 감사가 떠오르는 날에는 작은 미소로 제 기도를 시작해 보고 싶습니다.

성 요셉상 앞에서 떠올린 작은 봉사의 기도

기도학교 앞 정원에서 아기 예수님을 안고 있는 성 요셉상
기도학교 앞 정원의 성 요셉상. 아기 예수님을 품에 안은 모습에서 말없이 돌보는 사랑을 생각합니다.

기도학교 앞 정원에는 아기 예수님을 품에 안은 성 요셉상이 서 있습니다. 아이를 받쳐 든 손과 고요한 얼굴을 바라보니, 사랑은 때로 많은 말보다 누군가의 하루를 묵묵히 지켜 주는 모습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 역시 이곳에서 작은 봉사로 마음을 나누고 싶습니다. 피정객을 맞이하는 손길을 보태거나, 허락된 자리에서 식사 준비와 정돈을 돕거나, 정원을 가꾸는 일도 좋겠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부터 정하기보다는 지금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먼저 여쭙고 싶습니다.

현재 봉사자를 모집하는지,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는지는 기도학교에 확인해야 하겠지요. 아직 봉사 일정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누군가가 편히 기도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는 일 역시 소중한 기도가 될 것 같습니다.

주님, 제 마음을 가득 채운 욕심과 걱정을 조금씩 내려놓게 하소서. 성모님처럼 말씀을 듣고, 성 요셉처럼 말없이 돌보는 사랑을 배우게 하소서. 제가 받은 은총을 제 안에만 머물게 하지 마시고, 누군가의 쉼과 기도를 돕는 작은 손길로 나누게 하소서.

어쩌면 제가 바라던 피정은 일상을 멀리 떠나는 데서만 시작되는 것은 아닐지 모릅니다. 오늘 곁에 있는 사람에게 마음을 내어 주고, 조용히 기도할 몇 분을 남겨 두는 것. 배론에서 품은 바람을 그렇게 하루씩 살아 보고 싶습니다.

은총의 성모마리아 기도학교 개인·단체 피정 안내

아래 내용은 2026년 10월 28일 확인한 공식 홈페이지 요금표와 10월 20일 게시된 개인·단체 피정 안내를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날짜와 객실, 피정 형태에 따라 이용 조건이 달라질 수 있으니 예약할 때 최종 안내를 확인해 주세요. [4] [5]

주소충청북도 제천시 봉양읍 배론성지길 296
피정 문의·예약043-651-4563 — 월요일 휴무, 문자 수신 가능
개인피정 1인실1박 3식 포함 100,000원
개인피정 2인실1박 3식 포함 1인당 80,000원
자체 단체피정1박 2일·3식 기준 1인실 100,000원 / 2인실 1인당 80,000원
위탁 단체피정30인 이상. 공식 단체 안내 기준 자체피정비에 1인당 10,000원 추가, 강사비 시간당 200,000원 별도
시설 이용숙박 시 1시설 사용료 면제 기준이 있으며 추가 시설은 유료입니다. 구체적인 적용 범위는 예약 시 확인해 주세요.
입·퇴실공식 단체 안내: 입실 14:30, 퇴실 다음 날 점심 식사 직후. 개인피정 시간은 예약 시 확인해 주세요.
개인피정 접수최소 1주일 전 마감, 당일 예약 불가. 가능한 날짜는 유튜브 채널 공지 또는 사무실에 확인해 주세요.

공식 예약·요금 안내 · 개인·단체 피정 안내 및 프로그램 공지

성지의 일반 관람과 숙박 피정은 구분해 준비하시면 좋겠습니다. 기도학교에 머물고 싶다면 먼저 원하는 날짜의 예약 가능 여부와 식사·시설 이용 조건을 확인해 주세요.

분주한 하루 끝에 마음이 지치고 무거울 때, 가을빛과 단정한 건축이 어우러진 배론성지 기도학교를 떠올려 봅니다. 비워 낸 자리에 감사가 머물고, 침묵 속에서 주님의 사랑을 다시 알아보는 시간이 여러분의 삶에도 찾아오기를 기도합니다.

티파니의 성지순례 일기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이 작은 쉼과 기도의 씨앗으로 남았다면, 여러분의 순례 이야기도 댓글로 나누어 주세요. 찬미 예수님!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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