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원성당을 찾아서 ①

– 신태보 베드로가 이어간 믿음

안녕하세요, 티파니입니다. 오늘부터 강원도의 천주교 성지를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해 보려 합니다. 첫 순례지는 횡성의 풍수원성당입니다. 이곳에 깃든 신앙의 이야기를 한 편씩 천천히 들여다보려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풍수원 교우촌의 시작과 연결되는 신태보 베드로 복자입니다. 그의 삶을 따라가며, 강원도 산골에 신앙 공동체가 어떻게 뿌리내렸는지 함께 생각해 보겠습니다.

풍수원성당 계단에서 붉은 벽돌 종탑을 바라보는 순례자의 뒷모습
나무 사이로 풍수원성당을 바라보며, 순례의 첫걸음을 시작합니다.

박해 속에서 시작된 신앙 공동체

1801년 신유박해 이후, 신태보 베드로는 용인에 살던 순교자 가족들과 함께 강원도로 이주해 신앙 공동체를 이루었습니다. 풍수원성당 현장 안내판은 1802년 신태보 베드로를 비롯한 40여 명의 신자가 박해를 피해 이곳에 자리 잡았다고 소개합니다.

정든 곳을 떠나 낯선 산골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신자들은 서로 의지하며 기도하고, 교회 서적을 읽으며 믿음을 이어갔습니다. 성직자가 상주하지 않던 시절에도 공동체를 지탱한 것은 평신도들의 신앙과 돌봄이었습니다.

산을 배경으로 짐을 지고 걷는 사람들과 십자가가 그려진 전시 그림
산길을 걷는 사람들과 빛나는 십자가를 담은 현장 전시 그림. 박해를 피해 길을 나섰던 신앙 선조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풍수원 교우촌은 80여 년 동안 평신도들이 중심이 되어 신앙을 지켜온 공동체로 소개됩니다. 1888년 본당이 설립되었을 때 초대 주임으로 부임한 이는 르메르 신부였습니다. 이후 제2대 주임 정규하 아우구스티노 신부가 공동체를 이끌며 오늘날의 성당 건립에 힘썼습니다.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붉은 벽돌 성당에 앞서, 서로를 격려하며 믿음을 이어온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풍수원이 신앙의 못자리로 불리는 까닭도 그 오랜 시간 속에 담겨 있는 듯합니다.

교회 재건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신태보 베드로의 관심은 자신과 가족의 안위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촌 이여진 요한을 비롯한 교우들과 조선 교회의 재건을 의논했습니다. 1811년 말 이여진이 북경에 서한을 전한 일을 비롯해, 신태보는 성직자 영입을 위한 경비 마련에 힘을 보탰습니다.

이후 여러 지역을 거쳐 경상도 상주 잣골에서 생활하면서는 교회 서적을 손으로 베껴 교우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책을 쉽게 구할 수 없던 시절, 한 글자씩 옮겨 적은 필사본은 흩어진 이들이 신앙을 배우고 이어가는 데 소중한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오늘날에는 손쉽게 성경과 교리서를 찾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누군가를 위해 책 한 권을 베껴 쓰던 그 마음을 더욱 오래 생각하게 됩니다.

12년의 옥살이와 옥중 수기

1827년 정해박해가 시작된 뒤 신태보 베드로는 체포되어 전주로 압송되었습니다. 혹독한 형벌을 받으면서도 교회 서적과 동료들이 있는 곳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그의 감옥 생활은 12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그가 샤스탕 신부의 요청에 따라 남긴 옥중 수기에는 고통스러운 수감 생활과 교우들의 돌봄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기록을 읽으며 저는, 믿음을 지킨다는 것이 홀로 강해지는 일만은 아니었겠다고 생각합니다. 서로를 부축하고 돌보는 손길 또한 그 긴 시간을 견디게 했을 것입니다.

순교, 그리고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이름

신태보 베드로는 1839년 5월 29일 전주 숲정이에서 순교했습니다. 당시 나이는 70세가량이었습니다. 그의 며느리 최조이 바르바라도 이듬해인 1840년 전주에서 순교했습니다.

신태보 베드로는 2014년 8월 16일 광화문광장에서 거행된 시복식을 통해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가운데 한 분으로 복자품에 올랐습니다. 한국 교회는 해마다 5월 29일에 이들 124위 복자를 함께 기념합니다.

한옥 내부에 세워진 신태보 베드로의 집 건립 안내 배너
현장에서 촬영한 ‘신태보 베드로의 집’ 건립 안내. 사진 속 모금 내용은 촬영 당시의 안내이며, 현재 진행 여부는 성당에 확인해 주세요.

풍수원성당 마당에서 드리는 묵상

성당 마당에 서서 산자락을 바라보며, 저는 신태보 베드로와 교우들이 이곳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마음을 가만히 떠올려 봅니다. 낯선 땅에서 함께 기도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낸 사람들. 그들의 시간이 오늘의 평화로운 성당으로 이어졌다는 생각에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붉은 벽돌 성당을 바라볼 때마다, 이제는 그 건물에 앞서 믿음을 지켰던 이들을 함께 기억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이곳에서 누리는 평화가 얼마나 귀한 은총인지, 이번 순례를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다음 편에서는 오랜 세월 평신도들이 신앙을 이어온 풍수원 교우촌의 이야기를 더 들여다보겠습니다.

풍수원성당 역사 설명과 유현문화관광지 조감도가 함께 있는 안내판
풍수원성당의 역사와 유현문화관광지 배치를 소개하는 현장 안내판.

풍수원성당 찾아가는 길

위치강원특별자치도 횡성군 서원면 유현리 1097
도로명 주소: 경강로유현1길 30 (제공 원고 기준)
전화033-342-0035
미사 안내방문 날짜의 미사 시간과 순례자 미사 여부는 출발 전에 성당 사무실에 확인해 주세요.

박해를 피해 신앙 선조들이 찾아왔던 그곳을, 우리는 한결 편안한 걸음으로 찾아갈 수 있습니다. 순례를 준비하며 그들의 믿음과 서로를 돌보던 마음도 함께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참고 자료

“풍수원성당을 찾아서 ①”에 대한 2개의 생각

  1. 핑백: 풍수원성당을 찾아서 ② - 티파니의 성지순례

  2. 핑백: 풍수원성당을 찾아서 ③ - 티파니의 성지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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